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의료사고 뒤 병원의 설명과 사과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병원은 사망 등 중대한 의료사고를 안 날부터 7일 안에 환자 측에 경위를 설명해야 하고, 이때 한 위로나 유감 표시는 민사ㆍ형사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사과’와 ‘과실 인정’의 경계는 여전히 다툼이 될 수 있어 양쪽 모두 첫 설명 단계부터 기록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2026년 4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5월 시행될 예정이며, 사후 설명의무ㆍ중대한 과실 유형ㆍ형사 특례ㆍ당사자 조력 제도를 새로 담았습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 장애 같은 중대한 의료사고가 생기면 의료기관은 안 날부터 7일 안에 환자 측에 설명해야 합니다(개정법 제5조의2).
- 설명 과정의 위로ㆍ공감ㆍ유감 표시는 재판에서 책임의 증거로 쓸 수 없지만, ‘제가 잘못했다’처럼 과실을 직접 인정하는 말까지 보호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고위험 필수의료 사고에서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책임보험에 가입했다면 반의사불벌ㆍ형 감면 같은 형사 특례가 적용될 수 있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특례는 배제됩니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무엇이 바뀌나요?
핵심은 사고 직후의 소통을 법으로 정하고, 그 대가로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필수의료진의 형사 부담을 줄인 것입니다.
| 조문 | 내용 |
|---|---|
| 제5조의2 | 중대한 의료사고를 안 날부터 7일 안에 설명할 의무, 설명 과정의 유감 표시에 대한 증거 사용 제한 |
| 제2조의2 | 설명 없는 수술, 진료지침 현저 위반, 이물질 체내 잔존, 약제 투여 오류 등 중대한 과실 유형 12가지 |
| 제27조의2 | 의료사고 당사자에 대한 변호사ㆍ의료 전문가 조력 지원 |
| 제51조~제56조 |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 반의사불벌ㆍ형 감면ㆍ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시 공소 제기 제한 같은 형사 특례 |
구체적인 대상 사고의 범위, 설명 방식, 책임보험 기준은 하위법령에서 정해지므로, 시행 전까지 시행령ㆍ시행규칙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병원이 사과하면 나중에 재판에서 불리해지나요?
개정법에 따른 설명 과정에서 한 위로나 유감 표시만으로는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민사ㆍ형사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유감 표시와 과실 인정이 한 대화 안에 섞이는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도 의사가 ‘동맥을 다쳤고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한 부분은 사과법의 보호 범위 밖이라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 재판에서도 증거에서 빠진 유감 표시를 판사가 ‘변론 전체의 취지’로 참작할 수 있는지(민사소송법 제202조)는 앞으로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쪽은 7일 안의 첫 설명을 사고 사실 확인, 유감 표시, 연락 창구 안내로 한정하고, 의학적 원인과 인과관계는 원인이 확인된 뒤에 따로 설명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서둘러 한 설명이 나중의 사실과 어긋나면, 그 설명을 바탕으로 맺은 합의가 착오를 이유로 다투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은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법에 따른 설명을 요구하고, 그 자리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 설명 요구와 기록: 누가 언제 어떤 말을 했는지 날짜와 함께 적어 두고, 가능하면 동의를 받아 녹음합니다.
- 진료기록 확보: 진료기록부, 간호기록, 검사 결과, 영상 자료 사본을 빨리 받아 둡니다.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은 의료법 제22조 위반이고, 사고 뒤 기록이 고쳐졌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 당사자 조력 제도: 개정법이 신설한 변호사ㆍ의료 전문가 조력 제도를 이용하면 조정ㆍ중재 절차에서 의학적 인과관계를 다투는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 심의위원회 대응: 수사 단계에서 형사 특례가 적용될지 다투어질 때, 해당 의료행위가 법이 정한 중대한 과실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가 ‘중대한 과실’로 판단되나요?
개정법은 12가지 유형을 정했지만, 실제 판단은 기존 판례가 과실을 인정해 온 기준에 따라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법원은 의사에게 진료방법을 고를 상당한 재량이 있고, 그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과실이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반면 하급심에서는 동의받은 범위를 넘어 수술 범위를 넓힌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지도ㆍ감독 없이 위험 약물을 투여하게 한 경우, 감염 예방 지침을 어기고 전원 조치를 늦춘 경우, 소독을 하지 않고 주사기를 바꾸지 않아 감염이 생긴 경우에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므로, 민사 손해배상에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형사상 중대한 과실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사에서는 의료행위 과정의 과실과 다른 원인이 끼어들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판례가 있어, 두 절차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정법은 2027. 5. 시행 예정이므로 그 전에 생긴 의료사고에는 설명의무나 형사 특례가 적용되지 않고, 기존 판례 법리로 판단됩니다. 또 형사 특례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사고에 한정되고 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므로, 진료과목이나 시술 종류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병원이 7일 안에 설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개정법의 형사 특례(반의사불벌, 형 감면,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시 공소 제기 제한)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이 특례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사고에만 해당하고,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설명 여부와 관계없이 배제됩니다.
의사가 형사 특례로 처벌을 피하면 손해배상도 못 받나요?
아닙니다. 형사 책임과 민사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입니다. 형사 특례가 적용되더라도 환자 측은 민사소송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ㆍ중재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개정법 시행 전에 생긴 의료사고도 같은 방식으로 다투나요?
시행 전 사고는 개정법 조항이 아니라 기존 판례 법리로 판단됩니다. 진료기록 확보, 감정 신청, 설명의무 위반과 과실의 증명이라는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근거 판례ㆍ법령
-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2026. 4. 국회 통과, 2027. 5. 시행 예정) 제2조의2, 제5조의2, 제27조의2, 제51조~제56조중대한 과실 유형, 사후 설명의무와 유감 표시의 증거 사용 제한, 당사자 조력, 의료사고심의위원회와 형사 특례의 근거입니다. 출처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의사는 진료방법 선택에 상당한 재량이 있고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과실이 없다는 법리입니다.
-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3도3217 판결형사 의료과실에서 예견ㆍ회피 가능성, 진료 재량,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인과관계 증명을 요구한 판결입니다.
-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 조항으로, 증거에서 배제된 유감 표시를 변론 전체의 취지로 참작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는 근거입니다.
- 의료법 제22조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ㆍ수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이 글은 2026. 10. 29. 기준 법령과 판례, 공개된 개정안으로 정리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